서 론
Cogan 증후군은 비매독성사이질각막염(nonsyphilitic interstitial keratitis)과 전정 및 청각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염증성질환이다[1].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으나 자가면역성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사이질각막염과 전정청각 증상 외 발열, 관절염, 피부발진, 대동맥염, 중추 및 말초신경계 이상, 비장비대 및 림프절병증 등의 여러 전신 증상들이 동반될 수 있다. 저자들은 뇌수막염이 동반된 Cogan 증후군 환자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41세 남자가 발열 및 두통으로 병원에 왔다. 2주 전부터 전신 근육통과 함께 발열이 발생하였고 4일 뒤에는 두통 및 좌측 말초안면마비, 청력저하가 발생하였다.
내원 당시 활력징후는 혈압 110/80 mmHg, 맥박 99회/분, 체온 36.2°C였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House-Brackmann Scale 3단계에 해당하는 좌측 말초안면마비와 뇌수막자극징후가 관찰되었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가 11,490/μL (4,000–11,000/μL)로 증가되어 있었으며 그 중 호중구가 75.0% (40%–73%)였다. C-반응단백이 2.10 mg/dL (0–0.5 mg/dL), 적혈구 침강속도가 31 mm/hr (0–10 mm/hr)로 상승되어 있었고 매독반응검사는 음성이었다. 뇌척수액검사에서 압력은 230 mmH2O (100–180 mmH2O)였고 백혈구는 780/μL (림프구 85%), 단백질은 153 mg/dL (15–45 mg/dL), 포도당은 44 mg/dL (혈청 포도당 107 mg/dL)였다. 뇌척수액의 항산균염색은 정상이었고, 세균배양검사와 진균배양검사에서 균은 배양되지 않았다.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와 결핵균 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 역시 음성이다. 순음청력검사에서 감각신경성난청이 양측에서 확인되었다(Fig. 1A). 순목반사검사에서 좌측 눈확위신경 자극 시 동측 R1, R2 반응이, 우측 눈확위신경 자극 시에는 반대측 R2 반응이 관찰되지 않았고, 안면신경전도검사에서는 좌측 안면신경의 복합근활동전위가 떨어져 있었다. 신경흥분도검사는 양측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후두개와(posterior fossa)와 뇌바닥수조(basal cistern) 근처의 수막에서 조영증강이 약하게 관찰되었다(Fig. 2).
바이러스성뇌수막염 의심하에 환자에게 뇌압강하제와 항바이러스제를 1주일간 정주하였고, 이후 두통이 호전되어 퇴원하였다. 그러나 퇴원 다음 날부터 두통이 재발하였고 양안 충혈 및 안구통을 호소하였다. 재입원 시 시행한 신경학적 검사에서 좌측 말초안면마비는 House-Brackmann Scale 2단계로 이전에 비해 호전을 보였고 뇌수막자극징후가 관찰되었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는 7,400개로 정상 범위였으나 C-반응단백이 9.20 mg/dL, 적혈구 침강속도가 70 mm/hr로 이전보다 더욱 상승되어 있었다. 자가면역 항체검사는 항핵항체가 1:160 (<1:40)으로 양성반응을 보인 것 외에는 정상이었다. 뇌척수액검사에서 압력은 140 mmH2O, 백혈구는 71/μL (림프구 97%), 단백질은 77.8 mg/dL, 포도당 56 mg/dL (혈청 포도당 144 mg/dL)으로 이전 검사 결과보다 호전되었다. 안과 검진에서 양안의 결막 충혈(Fig. 3)이 확인되었고, 세극등생체현미경검사에서 양안의 각막 주변부 혼탁과 함께 각막 내 사이질각막염(Fig. 4A)이 관찰되었다. 순음청력검사에서 감각신경성난청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고, 비디오안진검사와 비디오두부충동검사, 온도안진검사는 정상이었다.
환자는 양안의 사이질각막염 및 양측 귀의 감각신경성난청이 확인되었고 다른 감염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소견이 없어 Cogan 증후군으로 진단한 뒤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하였다.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을 하루에 20 mg씩 정주 시작하여 3일마다 5 mg씩 감량하였고 9일째 경구 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 60 mg으로 전환하였다. 스테로이드 투여 후 양안의 결막 충혈과 사이질각막염은 빠르게 호전되었고(Fig. 4B), 청력저하는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호전되었다(Fig. 1B). 이후 환자는 경구 프레드니솔론에서 아자티오프린(azathioprine) 50 mg으로 면역억제 치료 중이며, 현재 2년간 재발이 없는 상태이다.
고 찰
Cogan 증후군은 비매독성사이질각막염과 전정 및 청각기능 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드문 염증성질환으로 1945년 David Cogan에 의해 처음 기술되었다[1]. 비매독성사이질 각막염의 경우 홍채염이나 결막하출혈이 동반되기도 하며 전정 및 청각기능 장애는 메니에르병과 흡사하게 현훈, 이명, 청력저하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전정 및 청각기능장애는 비매독성사이질각막염 이전 혹은 이후에 발생할 수 있으며, 그 사이 간격은 길어도 2년 이내라고 한다[2]. 각막염 없이 눈의 염증이 동반된 경우, 혹은 전정 및 청각기능 저하와 눈의 염증 사이 간격이 2년을 초과하는 경우는 비전형적인 Cogan 증후군으로 분류한다[2]. 주로 젊은 성인에서 많이 발생하고 성별에 따른 유병률의 차이는 없다[2].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Cogan 증후군은 자가면역성질환으로써 눈과 전정 청각 증상 외에도 환자의 70%에서 발열, 관절염, 피부발진, 대동맥염, 중추신경계 및 말초신경계 이상 등 다양한 전신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Cogan 증후군 환자들의 부검 결과를 살펴보면 전정 청각계통의 혈관염, 사구체신염, 정맥염, 백혈구파괴혈관염, 중등도 크기의 동맥염 등 다양한 형태의 혈관염이 관찰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혈관염이 Cogan 증후군의 병리 기전으로 여겨지고 있다[2-4].
Cogan 증후군 환자의 약 10%–13%에서 신경학적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5-7]. 중추신경계가 더 흔히 침범되며 동반될 수 있는 합병증으로는 뇌경색, 척수염, 경련, 뇌신경마비 등이다. 이번 증례와 같이 뇌수막염이나 뇌염도 드물게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비전형적인 Cogan 증후군에서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Cogan 증후군 환자들의 약 19%–40%에서 두통이 동반되며, 일부 연구에서는 약 20%에서 뇌척수액검사를 통해 뇌수막염이 확진되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다른 신경계 합병증보다 더 흔할 것으로 여겨진다[5,7]. Cogan 증후군에서 두개 내 혈관염으로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고, 부검 결과 경막(dura)에도 혈관염 소견이 관찰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혈관염으로 인해 뇌수막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4,8-10].
이번 증례는 첫 내원 당시 감각신경성난청이 양측에서 확인되었지만 두통이 주 증상이라 뇌수막염으로 먼저 진단되었다. 하지만 퇴원 이후 양안의 결막충혈이 뚜렷해진 뒤에야 Cogan 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많은 Cogan 증후군 증례에서 감각신경성난청과 전정기능 장애가 함께 동반되는데 이 증례에서는 내원 당시 전정기능 장애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환자의 첫 증상이 뇌수막염이었고, 비교적 질병 초기에 진단되었기 때문에 Cogan 증후군의 병태생리인 혈관염이 전정기관에는 상대적으로 덜 진행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진단과 치료가 늦어졌다면 결국 전정기능 장애도 발생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Cogan 증후군은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청력 소실 및 시력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뇌수막염에서 청력 저하를 호소하는 경우 Cogan 증후군을 반드시 감별 진단에 포함시켜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