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전정증후군의 감별 진단
Differential Diagnosis of the Acute Vestibular Synd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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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ute vestibular syndrome refers to the rapid onset of vertigo, nausea, vomiting, and unsteady gait. Acute unilateral vestibular neuritis is the most common cause of acute vestibular syndrome. However, vascular lesions involving the brainstem and cerebellum also produce acute vestibular syndrome even without other neuro-logic deficits. The vestibular nucleus or nucleus prepositus hypoglossi in the dorsal portion of the brainstem, cerebellar structures including flocculus, tonsil, and nodulus, and cerebellar peduncle can produce isolated vertigo and imbalance when damaged. Early recognition of the pseudo-vestibular neuritis of the vascular etiology is warranted for clinicians.
서론
전정신경염(vestibular neuritis)은 한쪽 전정신경의 급격한 기능 저하로 인해 급성 자발현훈(acute spontaneous vertigo)을 유발하는 질환이다[1,2]. 전정신경염을 확진할 수 있는 단일 검사 방법은 없다. 따라서 신경학적 검사들과 검사실 검사들을 종합해서 전정신경염의 전형적인 임상 양상이 검사실 소견과 부합하지 않을 경우, 전정신경염과 유사한 증상 증후군을 유발하는 뇌간이나 소뇌의 국소 병변 가능성을 숙고하고 다른 가능한 질환을 배제하여 말초 전정신경염을 진단해야 한다. 본고에서는 전정신경염의 전형적 소견에 대해서 되짚어보고, 뇌간과 소뇌의 신경계 구조물 병변에서 기인한 급성 전정신경증후군(acute vestibular syndrome) 소견을 정리하여 말초 전정신경염과의 감별점에 대해서 고찰하고자 한다.
본론
1. 전정신경염
1) 임상 증상
전정신경염의 주요 임상 증상은 자발현훈, 오심, 구토 및 보행 불안이다. 전정신경염의 주요 증상은 대부분 갑자기 발생하는데, 일부는 수 시간에 걸쳐서 발생하기도 한다. 8.6%에서 24%의 전정신경염 환자는 전구증상(prod-romal dizziness)을 겪는다[3]. 전구 삽화의 대부분은 비회전성 어지럼이며, 종종 오심이나 보행 불안정과 같이 나타난다. 전구 삽화는 갑자기 시작하거나 점진적으로 시작할 수 있으며, 몇 분에서 수일간 지속될 수 있다. 바이러스 감염이 전정신경염에 선행하거나 동시에 있을 수 있다[2]. 전정신경염에서 발생하는 현훈 및 보행 불안은 보통 수 시간에 걸쳐서 악화되며, 첫 며칠 동안 증상이 악화되어 정점에 다다른다. 주된 증상인 현훈은 빙빙 도는 회전성(rotational)이며 머리 동작에 의해 악화된다. 환자들은 눈을 감고 병변 반대쪽 귀가 아래로 향하는 자세로 가만히 누워있는 자세를 선호한다. 대부분 심한 오심과 구토를 동반한다. 심한 현훈은 1, 2일에 걸쳐서 완화된다.
2) 하부 유형
전정미로(vestibular labyrinth)는 위분지(superior division)와 아래분지(inferior division)로 나뉜다. 앞세반고리관(anterior canal)과 수평세반고리관(horizontal canal), 난원낭(utricle) 및 이들 구조물에 연관된 신경들은 위전정미로(superior labyrinth)에 포함된다. 후세반고리관(posterior canal), 구형낭(saccule) 및 이들에 연관된 신경들은 아래전정미로(inferior labyrinth)에 포함된다. 두부충동검사(head impulse test, HIT)는 각각의 세반고리관 기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해주며, 전정유발근전위(vestibular-evoked myogenic potentials, VEMPs)는 이석기관(otolithic organs)인 난원낭과 구형낭의 기능을 반영한다. 따라서 HIT를 포함한 전정기능검사들을 통해서 전정신경염의 세 가지 하부유형인 위전정신경염(superior vestibular neuritis), 아래전정신경염(inferior ves-tibular neuritis), 총전정신경염(total vestibular neuritis)을 구분해서 진단할 수 있다[4,5]. 전정신경염은 위분지에서 더 호발하여 위전정신경염이 가장 흔하고(55%–100%), 총전정신경염이 그 다음(15%–30%), 아래전정신경염이 가장 드물게 발생한다(3.7%–15%) [6].
3) 진찰 소견
급성기 전정신경염 환자들은 병변 반대쪽으로 향하는 수평-회선 자발안진(contralesionally beating spontaneous horizontal-torsional nystagmus), 병변 쪽 세반고리관(ipsilesional semicircular canals)의 HIT 양성 반응, 걸을 때 병변 쪽으로 기우는 보행 불안정을 보인다(Table 1).
하나의 세반고리관을 자극하면 그 세반고리관이 위치한 평면에 놓여 있는 안근의 운동이 유발된다(Ewald's first law). 따라서 전정신경염에서 나타나는 자발안진의 패턴은 각 세반고리관의 상대적인 침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한쪽 귀의 모든 세반고리관이 완전히 손상되었을 때 자발안진은 수평-회선 성분이 혼합되어 나타나며, 안진의 빠른 성분(fast component)이 병변 반대쪽으로 향한다(Fig. 1A). 일부 전정신경염에서 나타나는 자발안진이 수직 성분을 포함하기도 하는데, 이는 앞세반고리관이 후세반고리관에 비해서 더 빈번하게 손상되기 때문이다. 전정신경염에서 나타나는 자발안진은 시고정에 의해서 뚜렷이 억제된다. 따라서 안진을 잘 관찰하기 위해서는 Frenzel 안경이나 비디오 고글을 사용하여 시고정을 제거해야 한다. 환자들은 대개 발을 모으고 서거나 걸으려고 할 때 병변 쪽으로 쓰러지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전형적인 전정신경염 환자들은 앉아 있거나 발을 벌리고 서 있을 때는 별도의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대뇌를 비롯한 중추신경계가 온전하므로 시각계 및 체성감각계를 통해서 균형 유지를 위한 정보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검사실 검사 소견
급성기 동안 자발안진은 시고정을 유지한 상태에서도 나타날 수 있지만, 시고정을 제거하면 더 잘 관찰된다. 따라서 안진기록계를 사용하여 안진을 기록하면 상세한 관찰과 정량적 분석이 가능하다. 비디오 안진기록계(video- oculography, VOG)가 널리 사용되는데, 자발안진의 방향과 느린 성분의 파형을 파악하고 안진 강도를 측정할 수 있다. 안진은 머리 도리질, 진동 및 과호흡과 같은 여러 방법들에 의해 유발되거나 변화될 수 있다. 도리질안진(head shaking nystagmus)은 검사자가 환자의 머리를 잡고 흔드는 수동적인 방식을 통해서 평가하며, 진동유발안진(vibration induced nystagmus)은 진동자극기를 이마와 양쪽 유양돌기(mastoid)에 대서 유발한다. 전정신경염의 자발안진은 안진 방향으로 주시할 때 커지고, 안진 반대방향으로 주시할 때 강도가 감소한다(Alexander 법칙) (Fig. 1B). 하지만 주시 방향에 의해 안진 방향이 바뀌지 않는다. 자발안진은 대부분 수평 방향의 머리 도리질(horizontal head shaking)에 의해서 강화되며(Fig. 1C), 진동자극 및 과호흡에 의해서도 안진이 세질 수 있다.
HIT는 침상 곁에서 각개 세반고리관 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검사법이다. 하지만 전정 결손이 부분적이거나, 교정신속운동이 머리 회전이 일어나는 도중에 나타나는 경우(covert corrective saccades)에는 침상 곁에서 행하는 HIT 가 음성으로 관찰될 수 있다. 또한 침상 곁에서 시행하는 HIT는 수직 세반고리관의 결과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VOG를 사용한 정량적인 HIT (video HIT)가 각개 세반고리관의 전정안반사(vestibulo-ocular reflex, VOR) 결손을 확인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Fig. 1D) [7]. HIT는 전정신경염의 증상 회복을 예측하는 표지자로도 사용될 수 있다[8]. 한쪽 세반고리관 마비(unilateral caloric paresis)는 전정신경염의 핵심적 진단검사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냉온교대안진검사(bithermal caloric test)를 통해 확인하는 세반고리관 마비는 저주파 범위(~0.003 Hz)의 수평세반고리관 기능만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아래전정신경염과 같이 수평세반고리관이 침범되지 않는 전정신경염의 경우 냉온교대안진검사가 정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9].
눈기울임반응(ocular tilt reaction, OTR)은 머리 기울임(head tilt), 스큐편위(skew deviation) 및 안구 회선(ocular torsion)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머리 기울임과 스큐편위는 임상적 관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안구 회선은 안저 사진(fundus photos)을 통해 측정한다. 전정신경염에서 주관적시수직축(subjective visual vertical)은 병변 방향으로 편위되어 있다. 경부(cervical) VEMP와 안구(ocular) VEMP는 이석기관의 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서, 전정신경염에서 침범된 전정신경 분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위전정신경염 환자들은 ocular VEMP 비정상 소견을 보이는 반면 cervical VEMP는 정상 소견을 보인다. 이와 반대로, 아래전정신경염 환자들은 ocular VEMP는 정상이지만 cervical VEMP 비정상 소견을 보인다[1]. 위분지와 아래분지가 모두 침범된 경우 ocular VEMP와 cervical VEMP 모두에서 병변 쪽 파형이 보이지 않거나 반응이 감소되어 나타난다(Fig. 1E).
5) 전정신경염의 진단
진단의 확실성을 보장하는 단일 진단 검사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전정신경염은 기본적으로 배제 진단이다. 전정신경염의 진단은 침상 곁에서 시행하는 이학검사와 검사실 검사 소견을 종합해서 이루어진다(Table 1). 전정신경염의 핵심 증상 및 징후는 다른 신경학적 이상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 급성 현훈 및 오심과 구토, 병변 반대쪽로 향하는 수평-회선 자발안진, HIT 및 냉온교대안진검사를 통해 확인되는 병변 쪽 세반고리관 기능의 손상, 병변 쪽으로 기우는 OTR과 주관적시수직축 편위, 병변 쪽 귀를 자극했을 때 감소되거나 소실되어 나타나는 VEMP 반응, 그리고 걸을 때 병변 쪽으로 기우는 불안정이다. 만일 이학검사와 전정검사 결과들이 통합적으로 해석되지 않고 말초신경 손상만으로는 검사 결과가 설명되지 않을 때, 중추 신경계 원인을 의심하고 신경계 영상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전정신경염 자체는 생명에 막대한 위협을 초래하지 않지만, 뇌졸중과 같은 중대한 질환들이 전정신경염과 유사한 급성 전정증후군을 유발하므로 양자를 구분하는 것은 임상의에게 필수적인 일이다. 따라서 전정신경염의 전형 적인 임상 양상과 검사실 소견을 숙지하여, 전형적 소견과 부합하지 않을 경우 혈관성 현훈(vascular vertigo)과 같은 다른 원인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임상적 관점에서 급성 현훈 및 안진을 보이는 환자들을 대했을 때 찾아야 하는 첫 번째 질문은, 그 증상이 순수하게 말초 전정신경의 염증에서 기인했는지, 아니면 중추 전정신경계 구조물을 동반 침범할 수 있는 다른 원인에서 기인했는지 여부다. 하지만 침상 옆에서 이루어지는 문진과 신경이과적 검진만으로 급성 말초 전정신경염과 혈관성 현훈을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급성 일측 말초전정신경병증(acute uni-lateral peripheral vestibulopathy, AUPV)은 말초 전정미로에 가해지는 혈관성 손상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현재의 뇌영상 기법으로는 전정미로 손상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전정미로 경색(labyrinthine infarction)은 매우 진단하기 어려운 질환으로 남아 있다.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단독 전정미로 경색은 상당히 드물며 보통은 와우 기관의 손상과 그로 인한 청력 소실을 동반한다는 사실이다[10]. 때때로 단독 전정미로 경색이 앞아래소뇌동맥(anterior inferior cerebellar artery, AICA) 영역에 해당하는 뇌간 및 소뇌영역 뇌경색의 주된 발현 증상일 수 있다(Fig. 2). 혈관성 현훈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급성기에 시행한 확산강조영상(diffusion-weighted imaging, DWI)을 통해서 뇌경색 병변을 확인하지 못했을 경우, 환자의 임상 양상 변화를 주의 깊게 추적 관찰하여 DWI 추적 시행 등을 결정해야 한다.
일단 회복되고 나면 전정신경염의 재발은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전정신경염이라고 진단을 내렸던 환자가 다시 유사한 현훈 삽화를 보일 경우, 전정신경염 이외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2. 가성 전정신경염
다발경화증(multiple sclerosis)을 비롯한 탈수초질환이나, 뇌경색 및 뇌출혈과 같은 뇌혈관질환들이 뇌간이나 소뇌의 일부를 침범했을 때 전정신경염과 유사한 임상 양상을 일으킬 수 있다[11–13]. 이를 일컬어 소위 가성 전정신경염(vestibular pseudo-neuritis)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사실 가성 전정신경염은 단일 질환 실체의 병명으로 간주하기 어려운 명칭이다. 현재까지 뇌간, 소뇌 및 전정피질(vestibular cortex)을 침범하는 국소 병터에서 전정신경염과 유사한 급성 전정증후군의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Table 2). 뇌간에서는, 전정신경의 뇌간 진입부(root entry zone of the vestibular nerve)와 전정신경다발 근위부(prox-imal portions of the vestibular fascicles), 전정신경핵(vesti-bular nucleus)이나 설하전신경핵(nucleus prepositus hypo-glossi), 아래소뇌다리(inferior cerebellar peduncle)를 침범하는 병변이 가성 전정신경염을 유발할 수 있다[14]. 전정신경핵들 중에서 내측 및 상측 전정신경핵(medial and superior vestibular nuclei)을 침범한 뇌경색에서 가성 전정신경염이 잘 나타나는데, 이는 세반고리관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섬유가 주로 내측과 상측 전정신경핵으로 전달되기 때문으로 보인다[15,16]. 일부 편측 뇌간 병변은 AUPV의 자발안진과 유사한 양상의 자발안진을 유발하며, HIT나 온도안진검사에서 일측 반고리관 마비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말초 전정신경염과의 감별을 어렵게 만든다.
침상 곁에서 행하는 신경이과적 진찰, 즉 HIT 정상 반응(normal horizontal HITs), 방향-전환 안진(direction-changing nystagmus), 스큐편위(skew deviation)의 세 요소들로 구성된 HINTS 검사법은 신뢰할 만한 민감도와 특이도를 가지고 중추 현훈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기대되었다[17]. 첫 48시간 안에 DWI을 시행한 뇌경색 환자들에서 DWI의 위음성률이 12%에서 20%에 달하므로, 급성기에 이르게 시행된 자기공명영상보다 HINTS 요소들을 포함하는 신경학적 검진 결과가 높은 민감도 뿐 아니라 높은 특이도를 보인다고 보고되었다[17]. HINTS의 세 요소 중 스큐편위는 자발안진이 있을 때 관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일부 전정신경염에서도 스큐편위는 관찰될 수 있으며, 일부 소뇌나 뇌간 병변은 주시유발안진(gaze-evoked nystagmus)을 나타내지 않을 수 있으므로, HIT는 전정신경염과 중추혈관현훈을 감별하는 데 있어 특히 유용한 수단으로 평가되었다[18]. 하지만 침상 곁에서 시행하는 HIT의 경우, 머리 회전 동안 일어나는 동안에 나타나는 따라잡기눈운동(covert saccades)을 나안으로 식별할 수 없으며, 강한 자발안진을 가진 환자들에서는 양성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비디오 장비를 사용해서 HIT를 기록하고 정량화하면 급성 자발현훈 환자의 감별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19], 혈관성 현훈의 개별 병변들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면서 HIT 양성 소견을 보이는 중추 병변 사례들이 누적되었다[11,14,16]. 따라서 임상 의사는 HIT 결과를 해석할 때 양성 소견이 반드시 중추 병변을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11]. HINTS 검사법은 자발안진을 보이지 않는 환자에게는 적용하기 어렵고[20], 이상안구운동 소견에 숙달된 신경이안과 전문가들이 뇌혈관질환의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라는 한계를 지닌다[21,22]. 또한 AICA 영역의 허혈 병변과 같이 말초 전정기관을 같이 침범하는 병변에 HINTS 검사법만을 적용하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Fig. 2) [23]. 이에 따라 체간 균형과 보행(balance and gait) 항목을 포함하여 급성 전정증후군을 감별하려는 연구들이 시도되었는데, 보행 패턴이 정상이라고 해도 소뇌 경색을 배제할 수 없으며, 만일 급성 전정증후군 환자의 보행이 비정상이라면 소뇌 경색을 비롯한 중추 병변을 시사하였다[24]. 하지만 보행의 구체적인 양상과 정량화된 보행 지표를 규명하는 데는 후속 연구들이 필요하다. Table 3 [11]에서는 급성 전정증후군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중추 병변에서 관찰되는 안구운동이상 및 전정기능검사 결과들을 정리하였다.
1) 전정신경핵
입쪽 연수(rostral medulla)와 꼬리쪽 교뇌(caudal pons)의 등가쪽 부분에 자리한 전정신경핵은 말초 전정신경섬유의 직접적인 기착지이면서, 전정 정보를 처리하는 중추 전정신경계 구조물이다. 따라서 전정신경핵을 침범하는 병터는 말초 신경병증과 중추 전정신경병증 양자의 징후를 모두 나타낼 수 있다[16,25]. 이때 말초 전정신경병증에 해당하는 징후로는 병변 반대쪽으로 향하는 수평-회선 방향의 자발안진과 시고정에 의한 자발안진 억제, 냉온도안진검사에서 병변 쪽 반고리관 마비, 병변 쪽 VEMP 반응 저하, 병변 쪽 세반고리관에서 HIT 양성 소견들이 있다. 스큐편위와 병터 쪽으로 편위되는 양안의 안구회선(ipsi-versive conjugate ocular torsion) 또한 전정신경핵 병터에서 관찰될 수 있다. 한편, 전정신경핵 병터는 양쪽 수평 끝을 주시했을 때 안진의 방향이 바뀌는 주시유발안진을 나타낸다. 이 주시유발안진은 신경적분체(neural integrator)의 기능 이상을 시사하는 강력한 중추 징후이다. 더불어, 한쪽 전정신경핵 국소 뇌경색 병터 환자들은 비디오 HIT에서 병변 쪽 뿐만 아니라 병변 반대쪽에서도 VOR 이득 감 소를 보인다[11]. 이러한 현상은 전정신경핵 사이에 존재하는 억제성 사이뉴런의 적응 기전(adaptive mechanism of inhibitory interneuron)으로 인해 발생하리라 추정되고 있다.
2) 설하전신경핵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정신경핵 병변에서 발생하는 전정불균형은 병변 쪽 기능이 더 저하되어 있는 상태를 초래한다. 이와 반대로, 한쪽 설하전신경핵을 침범하는 병변은, 병변 반대쪽 전정신경 기능이 상대적으로 저하되어 있는 전정불균형(vestibular imbalance)을 초래한다[26]. 본래 설하전신경핵은 안구를 안와 안에서 목적하는 자리에 위치하도록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설하전신경핵은 뇌간의 폭발세포(burst cells)가 안구를 이동시키라고 명령한 속도신호(velocity signal)를 위치신호(positional signal)로 전환시키는 신경적분체 중의 하나이다. 설하전신경핵은 신경적분체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아래올리브핵(inferior olivary nucleus)을 매개로 하여 전정소뇌(vestibulocerebellum) 및 전정신경핵과 광범위한 연결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상호연결망을 형성하는 전정신경계-소뇌-안구운동 네트워크에 참여한다. 따라서, 설하전신경핵을 침범하는 국소 뇌간 병변이 있는 환자들은 안구 위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능력의 결함(gaze-holding defect)을 보일 뿐 아니라 전정 정보회로의 훼손으로 말미암아 급성 현훈을 겪게 된다[27]. 한쪽 설하전신경핵 병변을 가진 환자들은 병변 쪽으로 향하는 자발안진, 병변 쪽으로 볼 때 더 센 비대칭 수평주시유발안진(asymmetrical horizontal gaze-evoked nystagmus), 병변 쪽으로 향하는 원활추종운동(smooth pursuit)의 손상 및 HIT에서 병변 반대방향 VOR 이득의 감소를 보인다[26]. 이밖에 병변 쪽이나 병변 반대쪽으로 OTR이 나타날 수 있다. 냉온교대안진검사는 정상이다.
3) 소뇌편엽(cerebellar flocculus)
소뇌편엽에 혈액을 공급하는 AICA가 등가쪽 교뇌와 속귀에도 혈액을 공급하기 때문에 이들 뇌간과 속귀 구조물들의 손상 없이 소뇌편엽 단독 병변은 발생하기 어렵다. 원숭이를 사용한 해부학적 실험을 통해서 소뇌편엽 손상에서 기인한 안구운동 이상이 보고되었지만, 사람에서 발생하는 소뇌편엽 병변이 어떠한 이상 소견을 발생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급성 현훈과 자 세불안으로 내원한 한 환자에서 일측 소뇌편엽 경색이 관찰되었는데, 병변 쪽으로 향하는 자발안진과 병변 반대쪽으로 향하는 안구회선 및 주관적시수직축 편위, 병변 반대쪽 수평세반고리관의 HIT 양성 소견을 보였다[28]. 냉온교대안진검사는 정상이었으며, 회전의자검사(rotatory chair test)는 VOR 이득의 증가를 보였다. HIT를 전자기코일(magnetic search coil)을 사용해서 기록했을 때, 양쪽 수평반고리관에서 VOR 이득이 감소되어 있었으며 병변 반대쪽에서 더 감소되어 있었다. 이와 더불어 환자의 자발안진은 병변 쪽으로 향하고 OTR이 병변 반대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측 소뇌편엽 병터가 발생했을 때 소뇌편엽이 정상적으로 담당하는 전정신경핵에 대한 억제 기능이 차단됨으로써(disinhibition) 병변 쪽 전정신경핵이 상대적 과기능(relative hyperfunction) 상태에 처했음을 말해준다. 또한 VOR 기능을 평가하는 검사 결과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 즉 저주파 자극을 사용하는 회전의자검사에서는 VOR 이득이 증가된 반면 고주파 자극을 사용하는 HIT에서는 VOR 이득이 감소되었다는 것은, 소뇌편엽이 저주파 수평 VOR를 억제하는 반면 고주파 수평 VOR 은 촉진하는 이중 기능을 담당하고 있음을 시사한다[28].
4) 소뇌편도(cerebellar tonsil)
사람의 소뇌편도는 원숭이의 등쪽 부편엽(dorsal para-flocculus)과 부편엽에 인접한 lobules petrosus에 해당하는 구조물이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해부학적 실험에서, 소뇌편엽은 VOR에 주로 관계되는 반면 소뇌부편엽은 주로 안구 원활추종운동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 현훈을 일으킨 한 환자가 한쪽 소뇌편도 경색을 보였는데, 비디오 안구운동검사를 시행한 결과 병변 쪽으로 향하는 원활추종운동이 뚜렷이 손상되어 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29]. 시고정이 제거된 상태에서만 병변 쪽으로 향하는 작은 자발안진을 보였으며, OTR은 보이지 않았다. 주관적시수직축은 병변 쪽으로 경도의 편위를 보였다. 신속보기 및 HIT, 냉온안진검사는 정상이었다.
5) 소뇌결절(cerebellar nodulus)
소뇌결절은 말초 및 중추 전정신경 네트워크의 다양한 구조물들과 상호 연결되어 있는데, 공간 안에서 눈과 머리, 몸의 움직임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작용하는 센터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소뇌결절은 전정신호를 관성력과 연관하여 처리(inertial processing)하고 속도저장 기전 (velocity storage mechanism)을 조절하며, 각운동(angular) VOR의 공간 방향성을 조율하는 데 관여한다. 일측 소뇌결절 경색 환자들은 대개 다른 국소 신경학적 결손 없이 현훈과 자세불안으로 발현하기 때문에 말초 전정신경염으로 쉽게 오인할 수 있다. 소뇌결절 병변은, 병변 쪽으로 향하는 수평자발안진이나 주기교대안진(periodic alternating nystagmus), 수평도리질에 의한 하방안진(downbeat nys-tagmus by horizontal head shaking), 중추체위안진(central positional nystagmus)을 나타낼 수 있다[30–32]. 일측 소뇌결절 병변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이상 소견들은 병변 쪽 전정신경핵과 속도저장 기전에 대한 소뇌결절의 억제가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소뇌결절 병변 환자들은 병변 반대쪽으로의 OTR 및 주관적시수직축 편위를 보일 수 있다. 회전의자검사를 시행했을 때 회전후안진이 머리 기울임에 의해 억제되는 현상이 손상(impaired tilt suppression of the post-rotatory nystagmus)될 수 있다[33]. 소뇌결절 환자들은 지구수직축(earth verticality) 인식의 손상을 보이는데, 이는 공간 방향성을 지각함에 있어 소뇌결절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시사한다[34]. HIT와 냉온안진검사는 정상이다.
6) 아래소뇌다리
전정소뇌는 전정신경 및 전정신경핵에서 유래한 이끼 신경섬유(mossy fiber)를 통해서 정보를 전달받고, 아래소뇌다리를 통해서 전정신경핵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소뇌와 뇌간 연수(medulla oblongata) 사이의 가교를 담당하는 아래소뇌다리는 고유감각정보(proprioceptive sensory inputs)을 전정기능과 통합하는 데 관여하는 신경섬유들로 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아래소뇌다리 단독 병변은 다른 신경학적 결손 없이 현훈 및 자세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 한쪽 아래소뇌다리 병변 환자는 대개 병변 쪽으로 향하는 자발안진과 병변 방향의 원활추종운동 손상, 병변 반대방향으로 기우는 OTR과 주관적시수직축 편위를 보인다[35]. 반면 서거나 걸을 때 체간의 균형은 병변 쪽으로 기우는 경향을 나타낸다. 신속보기 및 HIT, 냉온교대안진검사는 정상이다. 아래소뇌다리 병변에서 나타나는 병변 쪽으로 향하는 자발안진 및 병변반대방향으로 향하는 안구기울임 반응은, 병변 쪽 전정신경핵에 대한 전정-소뇌의 억제력이 저해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한편, 아래소뇌다리 병변에서 관찰되는 병변 방향으로의 쏠림 현상은, 소뇌 꼭지핵(fastigial nucleus)으로부터 전정척수로 (vestibulospinal tract)와 망상척수로(reticulospinal tract)로 전달되는 신경정보가 차단됨으로써, 병변 쪽 신전근(ipsilesional extensors)의 근긴장도가 감소하여 나타나는 현상으로 추정된다[35]. 아니면, 소뇌로부터 아래소뇌다리를 거쳐서 하지로 고유감각정보를 전달하는 등쪽척수소뇌경로(dorsal spinocerebellar tract)가 손상되어서 나타난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결론
자세한 병력 청취와 면밀한 신경학적 진찰은 급성 전정증후군을 감별 진단하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수단이다. 동반된 신경학적 증상이나 징후가 있는지, 자세불안 정도가 심한지, 전정기능검사에서 중추 원인을 시사하는 소견이 있는지를 상세하게 확인해야 한다. 전정신경염은 배제 진단을 통해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질환이므로, 어지럼을 대하는 임상 의사는 AUPV의 전형적인 소견들을 잘 숙지하고, 신체 진찰 및 검사 결과에서 전형적 소견과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을 때 중추 병변일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영상 검사 시행을 고려해야 한다. 혈관성 원인을 비롯한 중추 병인으로 인해 전정신경핵을 비롯한 뇌간과 소뇌의 구조물에 국소 병변이 발생했을 때,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나 징후 없이 어지럼 및 균형장애 단독 증상으로 발현할 수 있다. HIT를 포함한 어떠한 단일 검사 소견도 중추 병소가 있는지 여부를 판별해낼 수 없기 때문에, 임상의는 각 중추신경계 구조물이 손상되었을 때 어떠한 안구운동 이상과 전정기능 이상을 초래하는지에 대해서 숙지하고, 급성 어지럼 환자에 대한 신중하고 체계적인 진단적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본고에서 개괄한 중추신경계 병소의 안구운동 이상과 전정기능 이상 결과는 비교적 소수의 사례들을 후향적으로 모은 데이터이므로, 추후 보다 많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안구운동과 전정기능 이상, 보행 양상 등을 체계적으로 탐색하는 후속 연구를 기대한다.
중심 단어: 현훈, 전정신경염, 뇌간 현훈
이해관계(CONFLICT OF INTEREST)
저자는 이 논문과 관련하여 이해관계의 충돌이 없음을 명시합니다.